두 날개로 날아오르기
우리 사회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가치를 끊임없이 저울질합니다. 마치 새가 날기 위해 양 날개가 모두 필요하듯, 두 가치 모두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한쪽을 강조하면 다른 쪽이 위축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자유와 평등이 정말 충돌하는 관계인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자유와 평등의 조화 는 어떻게 가능한지 탐구해 보겠습니다.

자유와 평등, 서로 다른 얼굴들
우리는 ‘자유’와 ‘평등’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개념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자유를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 소극적 자유: 국가나 타인의 간섭에서 벗어날 자유입니다. 외부의 강제가 없는 상태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 적극적 자유: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자아를 실현할 능력입니다. 교육이나 경제적 안정 같은 실질적 조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평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법 앞에서 모두가 같은 대우를 받는 ‘형식적 기회 균등’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적 배경에 따른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공정한 기회 균등’도 있습니다. 이처럼 문제는 ‘자유 대 평등’이 아니라, 어떤 자유와 어떤 평등을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자유와 평등의 조화 : 존 롤스의 위대한 해법
20세기 철학자 존 롤스는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위한 기념비적인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무지의 베일’이라는 독창적인 사고 실험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재능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의 규칙을 정한다고 상상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원칙을 선택할 것입니다. 롤스는 이로부터 두 가지 정의의 원칙이 나온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기본적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각자는 모든 사람의 유사한 자유 체계와 양립할 수 있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광범위한 전체 체계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둘째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될 때만 정당화된다는 ‘차등의 원칙’입니다. 롤스의 이론은 자유가 평등의 적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 종류의 평등을 요구하며 상호 보완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유와 평등의 조화 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질문들
롤스의 이론이 완벽한 해답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비판이 제기되며 논의는 더욱 깊어졌습니다. 공동체주의자들은 롤스가 개인을 사회적 관계가 없는 고립된 존재로 본다고 비판했습니다.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며, 정의는 그 공동체의 가치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G. A. 코헨 같은 평등주의 철학자는 롤스가 충분히 평등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재능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재능 있는 자들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운이 없는 사람들을 인질로 삼은 결과물이다.”
코헨은 정의로운 법과 제도뿐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평등을 실천하려는 ‘평등주의적 기풍’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비판들은 자유와 평등의 조화 가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과제인지를 보여줍니다.
종합: 다양한 정치철학의 비교
특징 | 고전적 자유주의 / 자유지상주의 | 롤스주의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 공동체주의 | 코헨주의 (운 평등주의) |
핵심 가치 | 개인의 자유 | 공정으로서의 정의 | 공동선 | 평등 |
자유관 | 소극적 자유 (‘~로부터의 자유’) |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우선성 | 공동체 참여를 통한 자유의 실현 | 평등에 대한 헌신에 의해 제약되는 자유 |
평등관 | 형식적 기회 균등 | 공정한 기회 균등 및 차등의 원칙 | 공유된 정체성에 기반한 평등 | 선택하지 않은 운의 영향 중화 |
국가의 역할 | 최소 국가 (야경 국가) | 적극적 (배경적 정의 보장, 재분배) | 적극적(공동체 가치와 덕목 함양) | 매우 적극적 (운에 기반한 불평등 교정) |
핵심 주장 | 자기 소유권, 자유 시장, 최소 조세 | 원초적 입장, 무지의 베일, 정의의 두 원칙 | ‘부담 없는 자아’는 허구이며, 정체성은 사회적이다 | ‘인센티브 논증’은 협박이며, 정의로운 사회는 ‘평등주의적 기풍’을 요구한다 |
목적지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정의
결국 완벽한 공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유와 평등의 관계는 한 번에 풀 수 있는 방정식이 아니라, 민주 사회가 끊임없이 대화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롤스의 제도적 정의와 코헨의 시민적 기풍,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를 모두 끌어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완벽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 날개가 함께 움직이며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역동적인 평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자유와 평등의 조화는 이 역동적인 과정 속에 있습니다.
같이보기
- 이사야 벌린 – 자유의 두 개념 (건강한 자유와 강압적인 자유의 차이)
- 주동률, “롤즈와 평등주의: 경제적 혜택의 분배에 관한 철학적 논의의 한 사례”, 『인문논총』 제53집, 2005, 103~145